좋은생각

'성공'보다 '감동'의 대상이 되고 싶다/ 백지연

해탈의향기 2013. 3. 21. 19:01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 좋다.  아무 어려움 없이 산 사람

특유의 해맑음도 좋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닥친 운명의 고난을 헤쳐나온 사람들

에게 관심과 애정이 더 쏠리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스토

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스토리는 내게 늘 감동과 위안을 준다.

  미국의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오프라 윈프리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집에 있을 때면 그녀의 토크쇼를 시간 맞춰 꼬박꼬박 볼 정도로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결코 미인이라 할 수도 없고 날씬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윈프리는

그런 것을 능가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어떤

얘기든지 끌어낼 수 있는 순발력과 기지, 그리고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방송인인 그녀는 미국 출판계의 실력자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가 진

행하는 TV 프로그램인 '오프라의 북클럽'에서 소개된 책은 어김없이 베스트셀

러가 된다.  바로 윈프리의 영향력 때문이다  그녀가 "이 책을 읽고 나는 이런저

런 생각을 했습니다." 라고 말하면 모두들 그 책을 읽고 싶어하고 그녀의 '감동'

에 동참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저자들이나 출판사들로서는 '오프라의 북클럽'

에 단 한 번이라도 소개되기 위해서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재클린 미처드라는 사람의 『바다의 저 깊은 끝』이라는 책은 윈프리

의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판매 부수가 60∼70배나 뛰어올라 밀리언셀러가 되었

다.  윈프리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고 그녀 덕에

예상 외의 매출을 기록한 출판업자들 또한 적지 않다.

  그러면 출판계에 대한 윈프리의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녀가 유

명한 방송인이라서? 그녀의 인기 때문에? 인기 있는 유명 방송인이 비단 윈프

리만은 아니지 않은가. 윈프리는 늘 "독서가 내 인생을 바꿨어요" 하고 말한다.

즉 사람들은 독서광인 윈프리의 감동과 느낌을 신뢰하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그녀가 책을 많이 읽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즉 그녀가 지나온 고통의 기

록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난한 흑인으로 태어나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

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인간 승리의 결정판 같은

휴먼 스토리 류의 책을 편애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가난한 흑인으로 태어난 오프라 윈프리는 어린 시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

로 남루하게 살았다.  늘 맨발이었고, 목초지의 소떼와 돼지우리를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그리고 외할머니에게 쉴새없이 매질을 당했다. 얼마나 많이 매질을

당했는지, 그녀는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백인들은 매질이 아닌 말로 다스려진

다. 그래서 나는 백인이 되고 싶었다"고 고백할 정도이다.  '옥수숫대' 로 만든

인형을 갖고 놀았고, 가축들에게 성경을 읽어주면서 외롭게 어린 시절을 보냈

지만, 책읽기와 말솜씨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서 매우 똑똑한 아이

로 인정받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

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어린 시절은 마치 사생아와 같았다.  이곳저곳 옮겨다녔고 자

주 가출했으며 주변의 여러 남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누가 봐도 견디

기 어려운 고통이었고, 그런 경험을 통해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는 10대를 방황

하며 보냈다.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임신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상처의 후유증으로 언젠가부터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게 된 그녀는

방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은 방안에서 다양한 책들을 통

해 세상과 만났다.  그녀가 오늘날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이런 독서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조차도 토크쇼에 활용했다.  자신과 비슷

한 경험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난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어요. 나도 그랬

거든요"라고 말함으로써 토크쇼의 분위기를 보다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만든

것이다. "나도 알아요"라는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흑인으로서 겪은 인종 차별과 가난, 남성에게 당한 성적 학대라는 생

의 위기를 잘 극복해냈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흔히 택하기 쉬운 환락이나

타락에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통해 결국 성공을 거머쥐었

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우뚝 섰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 토니 모리슨은 윈프리의 영향력을 '혁명'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녀는 인종의 벽과 계급의 벽, 성의 벽과 관습의 벽, 그 모든 벽을 뛰어넘었다.

  윈프리가 자신의 고통을 뛰어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

아가고 있을까? 가장 현명하게, 그리고 가장 강인하게 고통을 밟고 일어선 그

녀에겐 어떤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미국방송

계에서 윈프리가 다른 여느 스타들과 구별되는 것은 그녀가 부러움의 대상, 성

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감동의 대상' 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의 빛은 오래 가지 않지만 진정한 삶이 주는 감동은 사람들 속으로 스며

들어 오랫동안 흔적을 남긴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넘고 모든 벽을 허물어서

자신이 나아갈 곳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문까지 열어주고 있

기에.

  이제, '감동의 대상' 이 될 만한 삶을 살길 소망한다.

   ㅡ 백지연《나는 나를 경영한다》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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