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나는 나를 경영한다/ 백지연

해탈의향기 2013. 3. 22. 13:06

 

 

 

 

 

                       티벳에는 '내일이면 집지리' 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고 한다.

이 새는 날씨가 따뜻한 낮에는 실컷 놀고먹다가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고 추

워지면 오들오들 떨면서 '날이 새면 당장 집을 지어야지' 하고 결심한다.  그러

다 날이 밝아 햇볕이 나서 다시 포근해지면 바로 지난밤 추위에 떨며 했던 결

심을 새까맣게 잊고 놀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또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되

면 그제서야 '아이고, 추워라.  내일은 날이 새자마자 바로 집부터 지어야지' 하

고 후회를 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낮에는 놀고 밤엔 달

달 떠는 생활을 계속한다.  인간의 게으름과 편의에 따른 망각, 의지 부족을 풍

자하는 이야기이다.

  '내일이면 집지리새' 와 완전히 반대인 새가 있는데 '내일은 추우리'라는 이

름의 새이다.  이 새는 열대 지방에 사는 새인데, 다른 새들은 모두 놀기 바쁜

대낮에 뜨거운 햇볕을 등지고 '내일은 추울 거야'라고 걱정하며 집만 짓는다.

그렇게 걱정을 태산처럼 짊어지고 집만 짓느라 생을 즐기지도, 여유 있게 보내

지도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밤이 되어도 집이 필요할 만큼 날씨가 추워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새 역시 몇 차례의 헛수고 경험에도 불구하고 해가 뜨면 또 '내일은 추울

거야'라고 걱정하며 하루 종일 쓸모없는 집짓기에 여념이 없다.  머리에 온갖

걱정만이 꽉 차 있는, 계획 없이 부지런만 떠는 인간의 전형을 꼬집는 새 이름

이다.

  한 새는 너무 게을러서 탈이고, 다른 한 새는 쓸데없이 부지런해서 탈이다.

그러나 정반대인 이 두 새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지헤가 없다는 것이다.

좀더 거창하게 말하면 두 새는 '전략 부재의 삶' 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집지리새'는 목표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방황하는 인간 유형을 가

리킨다.  어떻게 보면 목표가 없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목표를 잃어버린

채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즐기기 바쁜 이러한 사람은 결국 그렇게 살다가

죽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삶에서 그 어떤 새로운 성취감도 찾을

수 없고, 사회적으로도 생산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늘 남에게

의존하여 기생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재벌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때, 한 대기업 회장의 딸에 대한 얘기를 들

었다.  그녀는 돈 많은 아버지 아래에서 아버지로 인해 존재해오던 것을 향유하

며 살았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사는 법을 깨닫지 못했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

도 목표가 있고 근면한 사람이라면 조건을 이용해서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

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집안의 급(?) 을 맞춰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하나

낳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혼을 했다.  설상가상 그즈음 아버지의 회사까

지 무너졌다.  그녀는 그때 친구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산까지 다 날렸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

겠어.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애 키우고 살려면 재혼밖에는

대책이 없는 것 같아."

  기가 막힌 말이다.  멀쩡히 대학까지 나와놓고도 자신과 자식을 책임질 아무

런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재혼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생계

대책이라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얼마 후 그녀가 재혼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예전의 패션 고감각(?)을 찾기 위해 외국 브랜드를 찾아다닌다

는 얘기도 함께 들려왔다.

  아버지의 그늘 아래 안주한 그녀는 목표가 없는 게으른 베짱이였다. 다시 출

발할 기회가 왔을 때라도 그녀는 내일을 준비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재혼에 또 실패한다면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조선시대라면 모

를까, 그녀의 의식 속에는 21세기라는 현실에서는 휴지통으로 보내 삭제해야

할 내용물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도 구제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타는 그녀가

아무런 목표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경영하라 

  21세기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  21세기는 초고속의 시

대이다.  목표가 있어도 따라가기 힘든 고속열차인데 목표마져 없다면 눈동자

만 굴리다가 도태되고 만다.  더욱 겁나는 사실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만큼 한번

도태되면 악순환의 반복으로 영영 도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집지

리새' 의 게으름이 용납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도 나의 지적, 육체적 노력을 대신해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대신해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본주의(知本主義)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다.  목표가 없는 배는 항로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고 결국 실패한 인생이 된다.

  '내일은 추우리새'의 인간형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이라면 일단은 자신

안에 있는 조바심과 천재적인(?) 준비성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앞서서 내일에 대한 걱정과 초조

함, 근심에 빠지기 때문에 시야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단견에 시야가 가려져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그나마의 단기적 시각마저도 한정적이고 폐

쇄적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사람에게 있어 삶은 언제나 '고통의 바다' 일 수밖에 없

다.  그래서 이러한 유형의 인간이 갖는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그 무엇과도 바

꿀 수 없는 삶의 과정, 그 삶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에 사로잡혀

과정을 잃어버리는 꼴이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삶 자체의 의미도 중요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목표라는 것도 제대로 설정된 목표인지가 불확실하다.  따라서 이

러한 유형은 자신의 목표부터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신의 삶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선로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점검

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사람은 자신의 시선을 '내일'

보다는 우선 '오늘' 로 돌려야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충실한 현재가 있을

수 없듯이 장밋빛 미래만으로 현재를 담보할 수는 없다.

 

  '내일이면 집지리새'와 '내일은 추우리새'는 극단적인 두 가지 인간 유형을 보

여준다.  물론 모든 사람을 이 두 가지 유형만으로 이분법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

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 두 가지 유형의 성격을 조금씩은 갖고 있을 수 있다.

  내 경우는 '내일은 추우리새' 쪽에 좀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려서부

터 다음날 책가방을 미리 챙겨두어야만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을 정도로 다음날

에 대한 준비에 마음이 바빴다.

  열심히 일하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문득 '이것이 행복한 삶인가? 라는 썰

렁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삶의 목표이다.  그리고 행복은 그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저절로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사실 난 성취하는 삶이 좋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하나하

나 축적해나가는 삶이 좋다.  그 성취를 위해 내 몸과 마음이 아무리 바쁘다 하

더라도 나는 그 성취 속에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

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순간순간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기제를 찾는 삶은 '내

일은 추우리새'의 그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 않은가?

  당신은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돌아보고 '삶의

전략' 을 점검해보는 것이야말로 자기 경영의 시작이다.

   ㅡ백지연《나는 나를 경영한다》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