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들의 주제는 외로움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가끔씩 자리를 함께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 '참을 수 없는 존
재의 외로움' 에 대한 하소연을 마음 편히 들어주고 공감해줄 벗이 필요했기 때
문인지도 모른다. 그날도 각자 하소연을 한보따리씩 풀어놓고, 자신과 친구
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었다.
차라리 외로움의 바다에 빠져버려라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가족이 있는 사람도, 남편이 있는 아내도, 아내가 있
는 남편도, 도리어 같이 있어서 더 외로운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
인지 모른다. 외로움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이상 떨쳐낼 수 없는 본능적 감정
이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외로움을 담아둔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을 해결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더군다나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유명인들은 그 해결 방식이 일반인과
아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이 겪는 외로움의 문제는 보다 더 심
각할 수 있다. 유명인들은 유명하다는 이유로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식에서까
지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도 여기저기서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불편하고,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
녕 더 짜증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있을 때만이라도 그들의 익명성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친구들마저도 그들이 자신을 예전의평
범했던 친구가 아닌 유명인으로 대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을 때는 정말 '외로운
섬' 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그 '외로운 섬'은 평범함을 반납하면서 얻은
유명세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날 우리들의 대화는 각자가 안고 사는 '외로운 섬' 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
한 만남을 통해서나마 '외로운 섬' 에서 느끼는 그리움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다. 그러나 대화의 끝은 절대로 '외로움' 에 머무르지 않는다. '외로운 섬' 을 탈
출하려는 바람도 불지 않았고, 외로움의 어두운 자취를 남기려고도 하지 않았
다. 모두 외로움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예의 그 밝은 모습이 되어 다시 각자
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것이 십수 년 동안 대중의 스타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
었던 힘이고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유명세를 치르면서 또래가 겪을 수 없
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견뎌내고 싸워야 했을 것이다. 남보다 일찍 스타 자리를
차지하면서 많은 것을 얻고 부러움도 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이 거머쥔
것에 대해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떤 사람은 쓰러지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살
아 남은 사람에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내공이 쌓였을 것이다. 간혹
오랜 동안 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명인들을 보면 그 나이 또래들에 비해
성숙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외로움에 단련된 내공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을 통해 내가 배운 외로움의 해결 방법은 이렇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
르게 외로움이 몰려오면 그 외로움에 벗어나려고 여기저기 힘과 시간을 낭
비하지 않고 차라리 그 외로움의 바다에 푹 빠져버리는 것이다.
만약, 지금 외롭다면 이렇게 해보라.
누가 옆에 있든 없든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새삼 확인시켜라.
그리고 외로움의 바다에 빠진 자신과 똑바로 마주하고 대화하라. 고독은 시련
이 아니라 또 하나의 훈련이다. 외로움은 당신을 휘청거리게도 하지만 단단히
세워줄 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손을 뻗으면 언제나 가장 먼저 두 손을 내미는 든든한 친구를 얻게 된다. 바로
당신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외로울 때 필요한 것은 망각을 위한 술이나 잠시잠깐의 위안을 줄 떠들 썩한
모임, 혹은 도피를 위한 수면이 아니다.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만날 에스프레소
한 잔이다.
ㅡ 백지연《나는 나를 경영한다》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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