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도구다!
어떻게 보면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에 짓눌려 있는 듯하다. 인터넷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자고 나면 거창하게 새로 등장하는 '무슨무슨 닷컴
(∼.com)'을 볼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과 지적 열등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386세대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도 할 일 많은
이 세상에서 컴퓨터 배우랴, 디지털 속도 따라가랴, 젊은 세대와 경쟁하랴 ···
가련할 정도다.
이런 걸 보면 가끔은 '주객이 전도'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컴퓨터니 인터넷
이니 디지털이니 하는 것이 결국은 인간의 삶에 행복을 주는 '도구' 에 불과한
데, 그 도구가 우리 삶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이
다. '도구' 와 '가치' 가 자리를 바꾼 듯이 보이는 것이다.
정작 우리가 빠른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진짜' 이유는 모른 채 무조건
"quick!" 을 외쳐대는 것이다. 또한 빨라진 속도로 내게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사
용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그저 앞에 가는 사람들 뒤통수 쫓아가기에 바쁘
다. 이런 게 디지털 세상의 참모습일까?
물론 디지털 자체는 무죄이다. 앞서 말했듯이 디지털이 우리 삶의 질을 한껏
높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삶의 최대 가치가 무조건
'디지털' 로 대변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은 매우 복합적이
지 않은가? 디지털이 주는 기쁨이 있다면 또다른 측면에선 '아날로그' 적인 코
드가 주는 기쁨도 무시 못 할 만큼 크다. 우리는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을 가
진 다원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이용해서 삶의 패턴을 한 차원 끌어
올릴 수는 있지만, 오감(五感)의 완벽한 충족, 감정의 미묘한 현을 맞추는 것까
지 디지털화할 수는 없다.
얼마 전 TV에 나오는 한 광고를 보면서 좀 싫다 싶은 기분이 들었다. '세
상이 저렇게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다른 한편으론 소름
이 돋았다.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광고모델이 나와서 봉지 속에 든 뭔가를
식탁 위에 쏟아붓는다. 마치 과자를 쏟아내듯이. 그런데 봉지에서 쏟아져나
온 것은 맛있는 과자가 아니라 디지털 칩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그 중에 하
나를 집어 과자를 먹듯이 입속에 넣는다. 그리고 불쑥 내민 혓바닥 위에 놓
여 있는 디지털칩이 보인다. 마치 디지털로 사람의 모든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그 CF에는 제작진의 의도가 따로 있겠으나 난 그 느낌이 싫다. 디지털
세상의 욕구충족과 행복이 그런 거라면? 글쎄 그런 세상에선 별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이 소박한 내 생각이다.
난 디지털 세상에서 편하고 여유롭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지
만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과 느낌 또한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아날로그적으
로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생활 방식
이 디지털 프로세스화하고, 웹 사이클에 의해 움직일수록 좋은 이유는, 그만큼
세이브된 시간과 에너지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덕분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이 만든 디지털 바람을 보면 마치 고3 수험생들이 '4당5락'을 외치
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디지털은 거의 신종교와도 같다. 모든 사
람들이 그 앞에서 굽신거리며 "나를 그 종파 속에 편입시켜달라"고 애걸복걸하
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 모습이 과연 디지털이 제대로 구현된 '아름다
운' 미래의 삶일까?
진정한 디지털 세상은 인간이 충분 수면시간인8시간을 푹 자고도 나머지 시
간 동안 4시간 잔 사람 못지않게 효율적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화해도, 인간은 '디지털 부품' 이 될 수 없다.
ㅡ 백지연《나는 나를 경영한다》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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