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춘풍추상

해탈의향기 2013. 4. 25. 10:52

                                                             

                                                                             

                                                                                

 

 

 

 

  신영복 교수가 어느 강의에서 들려준 일화다.

그가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할 때, 함께 생활하는 사람 중 한밤에 변소를 다녀오

문을 쾅 닫는 이가 있었다.  자전거 튜브를 끼워 놓았는데도 소리가 요란해서,

아침마다 다른 이들에게 핀잔을 받았다.

  하루는 신영복 교수가 그에게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데도 왜 그러십니까?"

 라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제가 축대 위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쳤어요.  쪼그렸다 일어나면 완

전히 마비가 돼서, 추운데 마비 풀릴 때까지 있을 수가 없어서 늘 문을 놓치는

거예요."

  신영복 교수는 적잖이 놀랐다.  그런 속사정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늘 따

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라

고 하자 돌아온 말에 그는 또 한 번 놀랐다.

  "어떻게 세세한 것까지 이해받나요.  그냥 이렇게 살아야죠."

  이 말로 신영복 교수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사

실을 깨달았다.  좌우명도 생겼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남은

봄바람처럼, 자신은 가을 서리처럼 대하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고, 나에게는 엄격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반대로 하죠.  다른 사람에겐 엄격하고 자

신에겐 관대하잖아요.  관계를 맺을 땐, 상대에게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연이 있

을 거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신영복 교수는 모난 부분을 깍아 고정시키려는 태도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

러지 말고 모난 부분을 있는 그대로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라는 것이다. 그

것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동행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