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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야, 너도 복을 지으렴”

해탈의향기 2014. 10. 25. 23:30

 

 

 

“나무야, 너도 복을 지으렴”

 

일주일에 두세 번 절 뒤에 자리한 호구산을 오릅니다. 높지는 않지만 경사도는 굉장합니다. 걷다보면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숨을 헐떡이며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산입니다. 호구산 정상에 서면 길게 이어진 들녘과 아기자기한 마을을 거느린 바다가 사방으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역시 산에 올랐습니다. 오르다 곳곳에 놓여 있는 나무지팡이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전에는 없던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손에 쥐고 산길을 오르기에 딱 알맞은 크기로 나무를 베어서 여러 곳에 놓아 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등산객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냈을까, 고마운 마음으로 나무지팡이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산을 올랐습니다. 산길을 오르는 것이 한결 편했습니다. 새삼 이렇게 나무지팡이를 마련해준 누군가가 고마웠습니다.

땀을 흘리며 절에 들어서는 내게 함께 사는 스님이 그 지팡이를 보며 반가워했습니다.

“어, 그 지팡이 들고 내려오셨네. 그 지팡이 내가 산 여기저기에 놓아두었던 것인데.”

나는 비로소 그 지팡이를 만들어 놓은 사람이 함께 사는 스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스님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스님의 이야기였습니다. “등산객도 등산객이지만 나무들도 복 좀 지으라고요.” 나무들까지도 복을 지어야 한다는 그 마음은 내게는 없는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한 산에 살아도 마음의 깊이는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스님은 내게 그 지팡이를 다시 절 법당 앞 등산로 입구에 놓아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등산객이 다시 그 지팡이를 의지해 산에 오를 것이고 나무는 복을 짓게 되지 않겠느냐고. 나는 그것을 등산로 입구에 놓아두며 나무 지팡이에게 말했습니다.

“너 , 오늘 복 많이 지었다. 정말 수고했어. 이제 산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등산객들의 손에 들린 너를 보면 부러워할지도 몰라. 복 짓는 빛나는 너의 모습에 말이야.” 또 누군가를 기다릴 나무지팡이의 기다림에 미소가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성전스님 남해 염불암>

 

 

출처 : 원철스님과 문수법회
글쓴이 : 붓다홀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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