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메모는 아이디어 발상의 기본

해탈의향기 2012. 8. 10. 13:15

  

 

  내가 일본에 특파원으로 있을 때 전직 장관을 지내셨던 씨가

일본에 왔다.  그분은 KBS에도 몸을 담고 계셨던 분이었고 아주

방송을 잘하는 유능한 방송인이었다. 그분은 특별할 정도로 두뇌

가 명석한 분이었는데 내게  아주 좋은 충고를 해주었다.

  "일본에 있는 동안 메모하는 습관을 몸에 붙여 봐.  이제 순간의

아이디어가 재산이야."

  나는 그 이전까지는 수첩에조차 스케줄을 써놓지 않았다.  머릿

속으로 충분히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내게 '무슨 비밀 결사대원

같애, 붙잡혀도 연락책 등 아무 증거 안 남기겠다, 이거지?' 하며

놀려대고는 했다.

  그러나 그분의 충고는 그런 단순한 스케줄 정리가 아니라 일본

에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간단하게나마

메모를 해서 갖고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중에 책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일본에서 내 체험을 두 권의 책

으로 남기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던 나는 일단 메모를 해보기

로 했다.

  씨는 메모를 하는 방법으로 첫째 손이 닿을 수 있는 모든 범

위 안에 종이와 볼펜을 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책상은 물론, 침

대맡이나 부엌, 차 안, 핸드백 안까지 메모지와 볼펜을 두었다.  두

번째는 되도록 아주 간단히 메모를 하는 것이다.  즉, 연상 작용을

시킬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마다 아주

간단하게 끄적거려 놓았다.  단 한 줄일 때도 있었고 두 개의 단어

만 적혀 있는 메모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쓸 때 그 메모들은 정말로

엄청난 재산이 되어 주었다.  수많은 자료 더미보다는 간단하게 그

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적어 놓은 메모용지가 마치 이야기 주머니

가 술술 풀리듯 언제나 그 '시작'이 되어 준 것이었다.  아마도 내

가 그때 메모를 해놓지 않았다면 생생한 체험을 따끈따끈한 채로

전달하기가 어려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 말씀대로 메모

야말로 재산이 되어 나는 그 덕분에《일본은 없다》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메모를 하는 방법으로 요즘 내가 쓰는 것은 소형 녹음기를 가지

고 다니는 일이다.  의외로 간단하고 편리하다.  특히 글을 쓰거나

할 때 한꺼번에 정리가 되고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로 메모를 하는

만큼 더 많은 아이디어가 이어지기도 한다.  또, 어떤 강의를 듣거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돌아가는 차 안에서 시동을 걸면서 

녹음을 하기도 했는데 아주 유용했다.  그래서 나는 아끼는 사람들

에게 소형 녹음기를 선물로 많이 주었다.

 

 

ㅡ 전여옥《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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