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기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는 어디를 가
나 싱싱한 산천으로 늘 푸른 산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에는 오랜 옛날부터 나이 먹은 노인들을 먼 산에
갖다 버리는 좋지 않은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골에 사는 어떤 사람이 차마 그의 부모를 버리지 못
한 채 굴을 파서 숨겨놓고 봉양을 했습니다. 그것은 나라법을 어
기는 것이므로 만약 들키는 날에는 모두가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그 사람은 아랑곳없이 굴 속에 숨어 계신 부모님께 정성을 다했
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지만 하늘에 있는 천신
은 그 효행에 감복하여 그 집을 살려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 임금의 꿈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문제를 두 가지 낼 테다. 만약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나는 너희 나라를 벼락을 쳐서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첫번째는
여기 이 널판지가 있다. 이 판자의 어느 쪽이 뿌리인지를 알아맞
혀 보아라. 다른 하나는 한 바가지 물이 바다보다 더 많다는 것
은 무슨 뜻인지 말해 보라."
천신은 노인이 없는 그 나라에서는 오로지 굴 속에 숨어 있는
그 노인만이 그 문제를 맞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임금은 사방에 방을 부치고 만약 이 문제를 맞히는 사
람은 어떤 소원도 다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굴 속에서 이 얘기를 들은 노인은 세상에 그렇게 쉬운 문제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판자를 물에 띄워 보면 조금이라도 더 가라앉는 쪽이 뿌리이
고, 물 한 바가지로 부모나 병자에게 베풀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
는 공덕이 된다는 말이다."
그 날 이후 그 나라에서는 노인을 내다버리는 악습을 철회하
였으며 부모를 극진히 모신 산골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려, 두고
두고 노인의 지혜를 기리게 하였습니다.
ㅡ 김정아《나의 부처님 공부》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