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문외한(文外漢)에게도 불교의 교리를 어려운 줄 모르게
가르친 스님은 선지식(善知識)의 권위였다. 기독교를 거쳐 불문에 귀
의한 분으로 종교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불교의 진가(眞價)를 손쉽게
설법하였다. 좋은 말씀에 감복된 나는 자연 발길을 수덕사에 옮기
는 일이 잦아졌다. 전국 어느 사찰보다도 제일 마음에 드는 절에
불세출(不世出)의 고승(高僧)이 계신다는 것은 이 고해(苦海)를 사는
데 자못 큰 위안이 되었다.
회고하면 4.19를 수습하고 얼마 안 있어 수덕사 어느 암자에 칩
거하기 2주일 동안에 나는 일엽 스님의 법은(法恩)을 입게 되었다.
그 뒤에 거의 매년 스님의 법하(法下)가 우리의 마음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 미션계에서 교육을 받은 내자(內子)도 불심(佛心)이 돈독하
여 내 건강 회복에 부처님의 도움을 빌어 왔고, 어린 시절부터 초
파일과 인연을 맺어 온 나로서 모든 위난 극복에 스님 같은 분의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법력을 입어 오늘에 이르렀다.
언제나 막힘이 없던 일엽 스님의 달변은 선승(禪僧)만이 구사하는
법문(法文)의 경지였다. 건강하신 스님으로부터 벽장에 간직해 둔
차를 대접받던 일도 이제 먼 추억이 되어 가지만, 수덕사에 마음이
가는 이상 스님의 그 자비로운 인상은 더욱 생생해진다.
ㅡ 송요찬/ 前 내각수반《일엽선문》중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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