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로 안팎이 까맣게 찌들어
이 방 백로가 된 아픈 가슴
위안 받고자 환희대 비구니의 선방(禪房)을 찾았네
반기는 이들
선녀같이 아름답고
인자한 미소는 천상의 공주 자태
천년 괴목 받침 상, 찻잔
가득 채운 차 내음은 신선초 내 풍기니
그 맛 향에 몸 둔 곳 어딘지 모르겠네
푸른 송솔차에 검은 몸 담갔으니
흰 빛은 못 찾아도 푸르름은 띄울 것 같아
선방문 나설 땐 덜 검게 보였을 걸
선방 아랫목의 일엽 스님 모습
법당 속 부처님의 인자하심 그대로
그 옛날 뵈었던 속세 인연 기억하셔
검은 탈 벗겨 흰 빛 내주실 것만 같네
굽어 공손히 삼배 올리고
옆모습 보며 좌우 삼배 더 드린 다음
머리 들어 우러보니 생사와 다름없고
미소 띤 그 자태 여전히 인자함뿐이네
ㅡ 함기선/前한서대 총장, 시인, 의학박사《일엽선문》중에서 ㅡ
■ 환희대는 일엽 스님이 만년에 주석(住錫)하신 곳으로 일엽 스님의
진영(眞影)이 모셔져 있다.
담원 김창배 달빛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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