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왕이 되어도 될 사람

해탈의향기 2012. 8. 20. 16:56

 

 

  온갖 권한을 한 손에 쥐고 모든 사람의 목숨을 마음대로 했던 왕정의 시

대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이다. 사람의 값을 마음대로 매겨서 너는 양반 너

는 상것 등으로 분류하던 신분의 시대도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제는 모든

권력이 어느 한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으로부터 나

온다는 민주의 시대가 되었다.  말하자면 왕이 없어져 버린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왕이 되어도 될 사람이 누구인가를 따지는 일은 아무런 의

미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권력이란, 힘으로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던 왕이야 이제 필요 없

는 문제이겠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하면서 사람을 몹시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왕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러한 왕은 언제나 있어야 할 것이다.  권력의

힘으로 무자비하게 남을 다스리기만 하려는 왕을 장자는 무엇보다도 쓸데

없다고 밝혔으니 새삼스럽게 우리의 역사에 등장했던 그런 왕이 아닌 아주

새로운 왕을 장자는 만나보게 하려는 것이다.

  장자가 칭송했던 왕은 어떤 사람일까? 무엇보다 모든 것을 하나로 보는

지인의 경지에 있는 분이 그러한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떠한

억지를 부리지 않으며 무엇을 고집하거나 무엇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것

은 하고 저것은 하지 말라는 등의 명령이란 것을 모르며 사람을 얽어매는

법이란 것을 믿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

는 사람이 제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시대의 왕이란 누구이어야 하는

가를 장자의 <제왕론>은 살펴보게 한다.

  지인의 왕은 무엇 하나 욕심이 없으므로 그의 마음은 언제나 비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의 마음은 언제나 허심하다.  허심은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떠나 있게 하므로  아무것도 탐할 필요가 없다.  허심하면 저절로 권

력이란 것을 모르게 된다.  그렇지만 허심은 모든 사람을 따르게 하므로 그

모든 사람에게 믿음을 주고 의지하게 하면서 품에 사랑스럽게 안는다.  그

래서 그러한 지인은 사람이면서 자연이다.  이를 장자는 소가 되라면 소가

되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된다고 비유해서 말을 하였다.  이러한 지인은 아무

리 민주의 시대일지라도 왕이 되어야 할 분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왜 이렇게 각박하고 무섭고 조여들고 암울하게 되어

가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이 모조리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타고 오로지

자기만을 위하여 달리기만 하는 까닭이 아닌가.  이러한 진단은 분명하다.

어느 시대나 그나름의 고통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고통은 어디로

부터 나온단 말인가.  언제나 인간의 탐욕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높은 자리

를 탐하지 말라.  자기를 고집하지 말라.  무엇이든 조작하지 말라.  그리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라.  이렇게 장자는 우리에게 타일러서 우리를 부끄

럽게 한다.

  따지고 보면 도저히 왕이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왕이 되어 인간을 괴롭

게 하였던 셈이다.  민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이나 수상이 될 만한 사람이 아

니면서 그렇게 되어 모든 사람들이 신음을 하고 피해를 보고 탄압을 당하

며 삶을 암흑으로 소모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을 표로 뽑는 시대

가 되었다면 그 표가 진실로 합당한 사람을 뽑아 주는 것일까?  어림없는

일이다.  오늘날의 통치권자들은 권력을 사기 위하여 온갖 수작을 다 동원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매혹시키려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권력을 빙자하

여 세상을 다스릴 뿐 모든 사람을 진실로 행복하게 다독거리지는 못한다.

  따지고 보면 너도 나도 왕이 되어야 한다고 아우성인 세상이 가장 무서

운 세상일 것이다.  그래서 민주의 시대는 더욱 무서운 발톱을 웃음 속에 감

추어 두고 있는 세상일 수도 있는 법이다.  가진 자는 못가진 자를 얕보고

못가진 자는 가진 자를 미원한다.  서로 싸잡아 싸운다.  여기저기서 내 몫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네 몫은 크고 내 목은 작다고 핏대를 올린다.  말하

자면 이렇게 서로가 앞을 다투어 욕심을 경쟁할 뿐이다.  이렇게 살벌한 세

상에서 장자가 말하는 지인이 견뎌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리

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지인은 항상 패배자로 전

락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여 편안하게 해주는 지인은 결코 패배자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자신이 그러한 지인을 사랑할 것이기 때문

이다.  상처를 입은 마음을 달래 주면서 왜 마음이 상처를 입게 되었는가를

타일러 주는 지인은 언제나 매서운 겨울바람이 아니라 선선하고 산들산들

한 봄바람과 같은 까닭이다.  마치 언제나 봄바람 같은 분이 있다면 그분은

분명 어느 시대에서나 제왕의 자리에 앉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

지 않고 모든 것의 생명을 한없이 소생하게 하는 까닭이다.

  목이 마르면 물을 찾고 추우면 따뜻함을 찾는다.  목마를 때 시원하게 마

시는 한 잔의 냉수와 한 겨울에 따뜻한 아랫목의 온기와 같은 것을 누가 싫

어할 것인가.  인간의 마음을 그렇게 하여 주는 지인이 왕이 되어야 한다.

우리를 아무런 부담 없이 사랑하고 우리가 아무런 부담없이 사랑할 수 있

는 지인은 언제나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왕이 되어도 무방할 것이 아닌가.

 

 

ㅡ 尹在根 著《장자철학우화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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